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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에 잘 도착했습니다..

인부l엔케이 2019-06-10 05:17 조회 500

안녕하세요 인부l엔케이 입니다.
밤늦게 처가에서 출발하여 1시 쯤 집에 도착해 정리 좀 하고 침대에 누워 감사하게도 걱정하고 위로해주신 분들께 안부를 전하기 위해 카페에 들어왔습니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앞으로 저희 가을이에 대한 얘기로 카페에 글 작성할 일은 없을 겁니다.
어떤 분들은 강아지 죽은 걸로 무슨 뭐 이렇게 호들갑이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죄송하지만 이해 부탁 드리겠습니다.

집에 오는게 너무 겁났습니다.
가을이의 빈자리가 더욱 느껴질까봐..
근데 돌아와보니 생각보다는 그래도 덤덤합니다.
한가지 슬픈 점은.. 집에 가을이의 흔적이 거의 없네요..
항상 현관 중문 앞에서 쭈그려 자고 가지고 놀던것도 그저 공 뿐이어서 그럴까요..

처가에 있는 동안 참 많이 울었던거 같습니다.
처가 식구들이 온통 제 눈치만 봤으니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종일 누워있으면서 울고.. 생각 덜나게 술이라도 한 잔 하라 그래서 마시다가 또 울고..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있던 와이프가 약속돼있던 모임이라도 다녀오라고 등떠밀어서 뒤늦게 대경방 분들도 잠깐이나마 뵙고 왔네요
괜히 갔다가 분위기 망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감사하게도 내색없이 반갑게 맞아주셔서 그나마 편히 다녀온거 같습니다.
위로 해주셨으면 아마 더 힘들었을텐데요..
깜찌기님, 아디오스님, 마루님, 기로님 이 글로 대신 감사함을 전하겠습니다.

가을이는 저희 가족에게 참 많은 것을 주고간 아이입니다..
와이프와 동거 기간 중 사이가 너무 안좋았을 때 저희 품에 와서 저희 둘의 고난을 잊게 해주어 지금의 저희를 있게 해주었고..
가을이의 애교 덕에 저희 어머니와 와이프의 서먹한 사이도 없앨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오게 해주었고 다신 겪을 수 없는 새끼들 출산의 기쁨과 행복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아이였습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흰 정말 준게 없네요..
둘째 겨울이가 오기 전 2개월 정도만 모든 관심과 사랑을 받고 그 뒤 부턴 혼자 커준거 같습니다..
사고나 말썽도 부린적 없고 마음만 먹으면 뛰어 넘을 수 있는 낮은 울타리도 어쩌다 흥분해서 넘은적말고는 단 한 번도 자기 욕구 때문에 뛰어넘은적 없는 착하디 착한 그런 아이였습니다..
겨울이나 새끼들이 싫다는데도 눈과 귀를 핥아주며 관리해 주던 아이였습니다..

한 번만 안아봤어도 알았을텐데.. 조금만 더 관심 줬어도 눈치 챘을텐데..
아픈 고통에 소리 지르던 가을이의 모습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너무 너무 후회스럽고.. 그 죄책감이 하루에 수십번씩 밀려오네요..
정말 죽고 싶단 생각마저 들 정도로요..


재가된 가을이는 이렇게 유골함에 담겨 저희 집으로 같이 돌아왔습니다.
처가에 큰 이모님께서는 죽어서라도 원없이 뛰어놀게 산에다 묻어주고 오지 그랬냐고 하셨는데..
이마저도 저희 욕심일 수 있겠지만 한동안은 저희 부부와 함께 있게 하고 싶네요..

다행인건지 혼자 돌아온 둘째 겨울이는 크게 감정의 변화는 없는거 같습니다.
밥을 좀 안먹는거 같기도 한데 곧잘 뛰고 잠도 잘 잤습니다.
한가지 우려스러운건 집에 돌아와서 잠자리로 택한 곳이 가을이가 자던 자리네요..

전 지극히 무신론자이고 사후 세계나 부활도 믿지 않습니다.
근데 신앙심이나 이념 상관 없이 우리 가을이.. 제발 좋은 곳으로 가서 고통 없이 원없이 뛰어놀며 지내주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저희 같이 못난 주인 잘못 만나서 짧은 생을 보내고 간 가을이에게 죄스러운 마음은 평생 안고 살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와이프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억지로 잊으려 하지 않고 아픈 마음 부여잡고 최대한 좋은 기억 떠올리며 가슴에 묻어주기로 했습니다..
이사 가는 것도 생각했는데 그럴 형편이나 상황은 안되기에 대대적으로 청소도 하고 구조를 좀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지난번 글을 와이프가 어찌 보고나서 댓글까지 굳이 막으면서 글 쓸 필요 있냐 그래서 평소처럼 남깁니다만.. 대댓글 까지 달지는 못할거 같습니다..

지금도 침대에서 일어나 안방 밖으로 나가면 가을이가 스윽 일어나 쳐다봐줄것만 같네요..
출근 준비로 양치하면서 소파에 앉으면 터벅터벅 걸어와 옆에 살포시 누워줄 것만 같습니다..
당분간은 웃으며 지낼 수는 없을거 같습니다.
한동안 가을이를 가슴에 묻고 남은 가족을 위해 일상으로 돌아오는데에 투자하도록 하겠습니다.
슬프면 울고 생각나면 회상하면서요..
사진첩을 보는데 최근에 찍어준 사진도 거의 없네요..

어쩌다보니 이 글을 쓰는데 너무 오래 걸려버렸네요
미리 감사하고 죄송하단 말씀 올리면서 이만하도록 하겠습니다.
















댓글17

서경lOIOF7I 작성일

어떤심정 이실지 글만 읽어봐도 마음에 와닿습니다. 저도 군에서 제가 자식처럼 키우던 군견이 죽어서 슬펐었죠. 그때 생각이 나네요. 
아 슬프당~

대경부지역장l마루 작성일

저도 애견인인데 사정상 키우지 못하고있지만... 엔케이님 마음이 너무나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어제 와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엔케이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대경l아디오스 작성일

요즘은 반려견은 가족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가족을 잃었는데 어찌 마음이 편하겠어요. 시간이 필요할 듯 하네요. 힘드시겠지만 천천히 보내주세요. 편하고 좋은곳으로 갈 수 있게...

관리l미스퐈이터 작성일

제가 주인이 아닌데 사진보는것도 힘드네요... 
무슨말이 필요하겠어요 힘내세요... 
세상 나쁜인간들은 오래오래참 비겁하게 잘사는데 매번 이런생각만 듭니다

인부l레드 작성일

마음아픈게 당연한거예요ㅜ억지로가아닌 자연스레 추억으로 회상하는날이 올께예요. 
한번씩 문득..생각나면 울컥할테지만 ..그래도 빈자리를 가던..겨울이를 더 잘 보살펴주세요ㅜㅜ짝꿍이자 친구..잃은 겨울이도 마음이 느껴져서 더 슬프네요

인부l독일오리 작성일

엔케이님 진심으로 위로 드립니다 ~ 
글에서 엔케이님의 힘든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어 더 마음이 아프네요 
많이 슬퍼하시고 또 회상하면서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오시면 됩니다 

칼트윈썬팅인천카쉐프 작성일

저희는 집안식구가 적어서 동물들과 함께 지내며 자라왔는데 새끼때부터 키웠던 반려견이 나이먹어서 운명해서 한동안은 너무 힘들었던게 생각나네요. 뭔말이 필요할까요 힘내세요!!

인부l솔구름 작성일

힘내세요 !!!

인부부지역장l알리부 작성일

운전 조심히해서 집에 잘 도착하셨다니 다행이네요.

인부l굿탱이 작성일

아아... ㅜ 힘내세요!

광전l파이널 작성일

견주 입장으로써 마음 너무찢어지죠.. 애도를 표합니다.. 좋은 곳 갔을거에요!! 힘내시구 밝은모습으로 돌아오세요!!ㅜ

인부l도언아빠 작성일

힘내세요...

인부l타카 작성일

기운내시길.. 
나도 반려견키우는 사람이지만 
언젠가는 떠나보내야겠지 하면서도 
쉽게못놓는게 내자식같은 정이랍니다 
기운내셔서 남은자식들이라도 잘보살펴주면 
됩니다 화이팅하세요

인부l황쌤 작성일

어떤 마음인지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어떤 말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어요 ㅠㅠ얼마나 저도 눈물이 나던지.....엔케이님도 가족분들도 곁에 있는 아이들도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아이들은 안다잖아요 얼마나 사랑을 받는지....힘내세요....좋은 곳에서 아이도 그걸 바랄겁니다

인부l더블클러치 작성일

이런 일이 있었군요. 위로를 전합니다.   
 
16살 된 슈나우저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요새 많이 안 좋습니다. 
3-4년 전에 쿠싱 진단 받아서 매일 두번씩 약을 먹고 있었는데, 최근에 노화로 인한 당뇨까지 왔네요. 
하루 두 번 인슐린 주사도 맞고 있어요. 가장 걱정이 되는 게 그렇게 식탐이 많던 애가 밥을 잘 안 먹는 
겁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산책을 그렇게 좋아하는 아이인데, 집사람이나 저나 둘 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다보니 하루 종일 혼자 집에 있게 했던 게 많이 미안합니다. 
요즘은 제가 집에 있으니 자주 나갈 수 있는데 이젠 또 이 녀석이 몸이 안 좋네요.

인부l더블클러치 작성일

늘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는데, 실제 떠나고 나면 감당이 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죄책감과 허전함에 많이 힘들다고들 하시던데..... 
 
그런 얘기가 있더군요. 사람이 죽으면 키우던 반려견이 먼저 마중 나와서 주인을 반겨준다는..... 
그 얘기를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인부l더블클러치 작성일

위로가 될 지 모르겠습니다만, 부디 기운 차리시길 바랍니다. 더 좋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