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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란도 LPG로 일본일주 34일째 이야기.
폭탄너구리 2018-08-04 08:01 조회 530
2018년 7월 28일 토요일 내차로 일본일주 34일째 이야기.
미치노에키 (휴게소)에서 차박을 하고 아침 일찍 움직여 이와테현의 니노헤 방면으로 출발했다.
모리오카에서 이와테까지 가까울 줄 알았는데 113km나 거리가 떨어져구나...
느릿느릿 1차선 지방도를 타고 오니 어느새 오후 1시가 다되고 있었다.
오늘은 이상하게 운전하면서 졸음이 왔는데 나도 모르게 깜빡 졸아서 차바퀴가 또랑으로 빠질뻔했다.
이와테까지 오는 길이 편도 1차선에 추월도 쉽지 않아 꼼짝없이 50km/h로 졸졸 뒤따르니
운전이 너무나도 지루한지라 갖은 방법을 다 썼지만 무의식 적으로 깜빡 졸아버리는 것에 내가 놀랐다.
"아.... 이거 오늘은 위험해서 안되겠다. 무리하게 운전하지 말고 오늘은 그냥 여기서 쉬자"
편의점 주차장에다 차를 세우고 주변을 검색하니 킨다이치 온천 (金田一温泉)이 바로 눈에 띄었다.
당일치기 온천을 할 수 있는 킨다이치 온천센타도 (金田一温泉センター) 있고 바로 옆에 온천료칸도 있다.
사람이 북적대는 관광지화 된 온천마을이 아닌 온천하나 덩그라니 있어 쉬어가는 조용한 마을이 바로 킨다이치다.
좋아! 오늘은 어디 멀리 가지 말고 온천 료칸을 잡고 쉴 생각으로 킨다이치 온천마을로 향했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카시오페아 란도' 라는 글자가 있었는데
도대체 킨다이치와 카시오페아라는 별자리가 무슨 상관이 있나 의아했다.
오히려 건강랜드라고 적혀 있었다면 응...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겠지만 말이다.
킨다이치 온천마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온천마을이라고 부르기에는 내가 그동안 일본 일주를 하며 여기저기 거쳐왔었던
벳푸의 유후인이나 야마가타의 긴잔같이 크고 작은 호텔과 료칸이 밀집한 그런 곳이라 생각했다.
정작 긴다이치 마을에 도착하니 온천마을이라기보단 그냥 동네 목욕탕 같은 분위기의 온천과 수영장이 전부였다.
어라? 온천센타의 주차장에 마츠리가 열렸다!
자동차 대신 마츠리를 즐기려는 인파로 주차장이 시끌버쩍했다.
이야~ 예상치 못하게 킨다이치 마을의 동네 마츠리와 딱 맞게 떨어졌네.
이것도 운이다 싶어 차를 안내해주는 주차장에 세우고 걸어와 킨다이치 마을의 마츠리 구경을 했다.
저 생선구이는 축제나 관광지에서 꼭 빠지지 않는 것인가 보다.
마치 우리나라의 관광지에서 빠지지 않고 꼭 있는 뻔데기와 같은 느낌이려나?
일본도 닭꼬치는 흔히 볼 수 있는지라 좀 더 유니크한 느낌이 나는 뻔데기와 비교하면 알맞을 것 같았다.
은어도 있고 고등어로 보이는 생선도 있다.
허... 고등어 저것을 구워서 그냥 먹으면 너무 짜서 먹기가 힘들 것 같은데...
왠지 흰 쌀밥이랑 같이 팔면 조합도 딱 맞고 더 인기가 있지 않을까나;;
이 지역 주변 마을 사람들이 전부 모인 듯, 동네 마츠리 답지 않게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당일 숙박 예약을 위하여 킨다이치 마을의 온천센타 바로 근처에 있는 온천료칸 오보나이 (おぼない旅館)을 찾아갔다.
사실 민숙도 아닌 료칸을 숙박 당일 예약하는 것은 거절의 확률이 높은 일이다.
식사라든지 방 준비를 미리 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민숙이라면 모르지만 료칸은 거절의 확률이 높다.
머... 안된다고 하면 그냥 당일 온천을 이용하고 잠은 근처의 강변 주차장서 차박을 할 생각이었다.
예약도 없이 무작정 찾아간 오보나이 료칸... 다행히 당일 숙박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여름휴가 기간이라 당일 숙박 예약에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의외였다.
분홍색 꽃무늬가 알록달록한 유카타를 입은 젊은 누나가 체크인은 4시니깐 그때 오면 된다고 말해줬다.
요금도 의외로 비싸지 않은!
다시 바로 근처에 있는 온천센타의 마츠리 현장으로 돌아와서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군것질도 했다.
이카 (오징어)를 튀긴 것과 타코야끼를 샀는데 오징어튀김은 양도 많고 적당히 짭짤한 것이 맛있었지만
타코야끼는 이게 속에 문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별로 맛이 없었다.
우리나라 트로트와 비슷한 선율의 반주에 노래를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반팔에 반바지로도 더운 이 여름에 저 기모노를 입은 가수는 정말 더웠을 텐데 고생이 많다.
킨타이치 온천마을 마츠리를 즐기다 보니 어느새 체크인 시간이 되었다.
설렁설렁 걸어가 다시 오보나이료칸으로 향하여 체크인 완료!
겉으로 봤을 때는 세월의 흐름이 여실히 보이는 오래된 료칸인데 의외로 내부는 세련되었다.
료칸이 아닌 산장에 있는 카페에 온 것처럼 아늑한 느낌이다.
뜬금없이 웬 배구 애니메이션 하이큐의 사진들이 잔뜩 있기에 물어보니
이 여관이 하이큐의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킨다이치 유타로와 성이 같은 온천여관이라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만화책 26권에는 이 여관과 똑닮은 여관이 나와 2012년 경부터 하이큐의 성지 순례를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아... 사진 속 M자 머리에 눈 쭉 찢어진 저녀석이 바로 킨다이치 유타로고 이 여관이 등장하면서 나름 유명해졌구나;;
하이큐 만화책 26권의 이 장면이 오보나이 료칸을 모티브로 그려젔다.
그러고 보니 체크인할 때 그 유카타를 입은 젊은 누나가 이 료칸의 주인장이라고 한다.
(ㅡ_ㅡ밑겨지지 않는데 정말이라는...)
료칸의 주인이 말해주기를 이 료칸은 주로 50대 남성이 찾는 평범한 온천료칸인데
어느새부턴가 젊은 여성들이 하이큐의 성지라며 이곳에 묵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한 데에 착안하여
하이큐 굿즈들을 모아서 방 두 개를 굿즈로 꾸며놓게 되고 하이큐의 팬들이 숙박할때 내주게 되었는데 이것이 유명세를 타는 바람에
일본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어 지금도 하이큐 성지순례의 필수 코스로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
체크인할 때 하이큐 굿즈로 꾸며진 방을 내줄까요라고 물어보기에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오늘은 편히 쉬는게 목적이므로 방 여기저기 굿즈로 꾸며져 있으면 정신 사나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방을 안내받았는데 채광이 시원한 느낌의 넓은 방이었다.
방은 미리 준비가 되었는지 에어컨 냉방이 어느 정도 된 상태라 쾌적한 공기였다.
짐을 풀고 곧바로 온천부터 했다.
유카타로 갈아입고 온천으로 가는데 료칸 내부에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이 보였다.
복도에는 방충망도 없이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었는데 모기가 안들 어 올려나;;
온천은 쇼와시대 대중목욕탕 느낌이 충만한 그런 온천이고 아쉽지만 노천온천은 없다.
물이 뜨거워서 탕에 오래 앉아 있기가 힘들었지만 피부가 부들부들해지는게 물은 꽤나 좋은 듯.
방에서 조금 쉬다 다시 복도를 지나 저녁을 먹으러 간다.
아까 봤던 유카타를 입은 젊은 여 주인이 저녁이 준비된 자리로 안내해준다.
그나저나 보면 볼수록 이 료칸의 공간은 미스터리 해지는데 도대체 얼마나 넓은 것이지?
저녁을 먹는 장소의 크기나 분위기가 처음 봤던 허름한 료칸 건물의 모습과 전혀 매치되지 않는다.
정성스럽게 잘 차려진 오보나이 료칸의 저녁상.
자리에 앉자 여주인이 일일이 음식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고 냄비에는 불을 붙여준다.
이 검은 냄비에 담긴 것은 일본식 수제비라고 한다.
정말 국물의 맛이나 안에 있는 수제비가 우리나라의 수제비랑 비슷했지만 수제비는 역시 우리나라 것이 맛있다.
이건 돼지고기와 버섯을 진한 간장 국물에 졸여먹는 불고기 같은 느낌의 요리.
새우와 회도 나오고~
소바와 노릇하게 구워진 은어 꼬치가 나왔다.
이 료칸은 일본의 여느 료칸과 같이 석식의 플랜을 선택할 수 있다.
어차피 혼자라 저렴한 플랜을 선택했는데도 이정 도의 차림이면 상당히 가성비가 좋다고 볼 수 있다.
홈페이지를 봤을 때 이것이 스탠다드 라면 그 윗단계인 B는 와규 구이가 나오는 플렌이고 C는 회가 주로 나오는 플랜이다.
가격 차이는 대략 2~3000엔씩 나는 듯 한데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예약시 선택하면 될듯하다.
식사 중 료칸에 대한 설명이나 이것저것 주변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젊은 여주인.
킨다이치 온천마을의 주변 안내도를 그림으로 그려놨다.
그림만 봤을 땐 대부분의 장소가 이 근처 근처에 있을 것 같아 보이지만 이것만 믿으면 큰 오산이다.
특히 역과는 한참 떨어져 있고 전체적으로 각 장소들의 거리가 있기에 걷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료칸 내부를 둘러봤다.
마츠리가 있는 오늘 밤 7시 50분부터 하나비(불꽃놀이)가 시작된다고 하여 마을의 뒷산으로 향했다.
조금만 걸으면 바로 나오는데 워낙 산이 낮아 가볍게 올라갈 수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하나비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삐리릭~ 하는 휘파람 소리와 함께 첫 불꽃이 터진다.
마을에서 하는 불꽃놀이라 안전상의 이유로 큰 대형 폭죽은 터뜨리지 못하는지 불꽃놀이가 아기자기했다.
그래도 달밤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불꽃을 보며 충분히 마츠리의 기분을 낼 수 있어 좋았다.
삼각대도 없이 올라간지라 죄다 흔들려버렸다.
하나비가 끝나고 흥겨운 전통 악기의 장단에 마츠리는 더욱 무르익어간다.
주변 마을 사람들 다 모인 듯.
마츠리 덕분에 조용했던 킨다이치 마을이 모처럼 활기찬 느낌이다.
슬슬 마츠리가 끝나는 분위기라 다시 료칸으로 돌아왔다.
TV를 보면서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데 제12호 태풍 종다리의 북상 소식이 보도되고 있다.
이 12호 태풍이 일본 본토를 관통하겠으니 안전 및 재해 예방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하는 보도였다.
다행히 내가 있는 곳은 니노헤 지방으로 태풍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이었다.
태풍이 일본 본토에 북상하여 난리가 났지만 이곳 킨다이치의 밤은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자려고 누웠는데 창문으로 모습을 들어낸 달빛이 너무나 밝았다.
방 안으로 비추는 달빛을 최대한 비슷한 느낌으로 찍어보았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크고 밝은 달이었다.
댓글13
허이그l서경l용인 작성일
부럽네요. 어떻게 이런 장기 휴가를 갈 수 있는지. 앞으로도 멋진 여행기 기대합니다
폭탄너구리의 댓글 작성일
근무하던 회사 그만두고 떠났습니다. 더 나이먹으면 앞으로 이직도 힘들겠다는 것도 있고하니 어찌보면 최초이자 마지막 일본일주가 될듯 하네요 ㅎㅎ
광전l첨단l소연아범 작성일
포스팅 잘보고 가요
일본여행 그것도 자차로 일주를
폭탄너구리의 댓글 작성일
감사합니다. 젊었을때 많이 돌아다녀야죠 ㅋㅋ
서경l안양l산준 작성일
큰일날뻔하셨네요. 그래도 덕분에 계획하지 않은 좋은 추억 남기셔서 다행입니다. 여유있게 즐기는 여행의 묘미가 좋습니다~
코부라10 작성일
흠!부럽기도하고~용기에 박수를보냅니다~눈팅만하다가 넘부러워서 한줄 씀니다~다음글도 기대됩니다~
충청l제천l올란도리 작성일
화이팅입니다^^
대전l송촌l란돌 작성일
부럽네여....개인사업자 아니고는 꿈도 못꾸네요...저두한번 평생에 한번이라도 이런 여행을 할수 있을까 의문이네요...항상 응원합니다...
부경부산줜아빠 작성일
일주운동 항상 잘보고있습니다. 응원하고있습니다.^^
대경l대구l까미 작성일
우리가족이 좋아하는 하이큐 나온 집이라니 대박 ^^
부경l마산l무지개소년 작성일
안전하게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물염사람 작성일
일본 일주를 계획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서산회사원 작성일
안전운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