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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란도 LPG로 일본일주 52일째 이야기.
폭탄너구리 2018-09-02 11:32 조회 522
2018년 8월 15일 화요일 내차로 일본일주 52일째 이야기
밤 하늘을 깨알같이 수놓던 별들을 보며 야히코산에서 차박을 했다.
역시 산이라 바람이 시원하니 자동차의 모든 창문을 열고자도 모기 한 마리 들어오지 않는다.
아침일찍 야히코산 전망대에서 일출을 보려 했으나 바다를 가득 매운 해무 때문에 일출을 보는 것은 실패했다.
설렁설렁 야히코 산을 내려오다 작은 신사에서 오늘의 안전운전을 기원했다.
음... 아차~ 그러고 보니 오늘은 8월 15일 광복절이었구나...
광복절에 신사라니... 프로 불편러들에겐 씹고 뜯고 즐길 거리가 될 수 있겠지만... 노 코멘트.
니가타를 떠나기 전 어제 애마 음란이의 가스를 채웠던 가스 충전소를 다시 가기로 했다.
내차로 일본일주 여행기를 유심히 보신 분이라면 여행기의 마지막에 항상 지난 루트가 표시된 지도를 올리고 있는데
눈썰미가 좀 있는 분이라면 최근 내가 지나온 루트가 아오모리부터 니가타까지 마치 'W'자를 그리듯 진행하고 있음을 눈치챘을거다.
그리고 왜 곧바로 가지 않고 자꾸 일본의 동쪽과 서쪽을 W자를 그리며 이동하는지 의문을 가지실 것이다.
LPG차로 일본일주는 반드시 가스 충전에 대한 후속 플렌을 짜둬야 한다.
이유인즉.
일본의 동쪽 해안 지역은 오카야마, 고베, 오사카, 도쿄, 센다이 등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대도시들이 많이 위치하고 있다.
이런 대도시들의 LPG 가스 충전소들은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도 있고
가격도 저렴하여 언제든 쉬운 가스 충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본의 서쪽 해안지역, 지금까지의 여행기에 언급된 아오모리를 제외한
오가, 쓰루오카, 무라카미, 니가타, 지역
더 아래에 있는 도야마, 후쿠이, 돗토리 지역들은 충전소의 개수가 매우 적고
가스 가격도 비싸며 충전소 간 거리도 상당히 멀다.
다시 집으로 복귀하는 루트상 가스 충전소의 영업시간을 놓치면 충전이 불가능하므로
그 지역에서 꼼짝없이 운행을 멈춰야 한다.
제한된 기간 안에 여러 지역을 돌아보기 위하여 주행거리가 멀어지게 되는
W 형태로의 운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애마 음란이 가스 충전 완료~
닛코까지 부지런히 달려보자!
일본은 자동차가 고장나도 무조건 경찰이 필수다.
7번 국도를 다라 시원하게 달리다 갑자기 정체가 발생한다.
선행하는 차들을 따라 느릿느릿 움직이다 보니 드디어 정체의 원인이 보인다.
검은색 경차 뒤로 경찰차가 보이길래 법규 위반을 해서 딱지를 떼는 것일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본넷트가 열린 체 고장으로 서있는 검은색 경차의 뒤를 경찰차가 보호하고 있는것이었다.
(일본은 법규 위반으로 경찰에 단속되면 운전자를 경찰차 뒷자리에 태워서 조회 및 딱지를 떼는데 그 시간이 꽤 소요된다.)
일본일주를 하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는데 일본의 경찰들은 어떠한 사건이 발생하여 출동하는 모습보다는
고장차의 안전조치나 교통사고의 수습, 교통법규 위반 단속의 비중이 더 많아 보이는 것같다.
그렇다고 일본이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곳도 아니고 말이지...
고장차로 인한 정체구간을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뻥뻥 뚫린 도로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마침 트로트(?) 음악이 나오는데 왠지 반주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익숙한 느낌이다.
트로트 음악 하면 관광버스, 화물차 운전사 아저씨들이나 듣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매칭이 적절하다.
운전하면서 반주에 따라 콧노래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한국과 일본은 다른듯하지만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아키타를 벗어나 아이즈 와카마츠시를 살짝 빗겨 지나는 중 오우치댐 (大内ダム)에서 쉬어가기로 한다.
오우치댐 (大内ダム)의 뚝방 위에서 애마 음란이도 한번 찍어보고~
댐의 뚝방 중간쯤에 차를 세워놓고 여유를 즐기며 짬짬이 여행기를 작성했다.
이따금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소리와 바람소리만이 오우치 댐의 정적을 깨고 있었다.
오우치 댐에서 바라본 오오치주쿠 마을의 모습.
호수 쪽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고 멍하니 바라보다 반대편댐 쪽으로 고개를 돌려 사진기의 뷰 파인더를 들여다봤다.
숲 사이로 굽이굽이 나있는 작은 길을 따라 렌즈의 줌링을 돌리자 뷰 파인더의 중앙에 작은 마을이 들어왔다.
숲 사이로 빼꼼히 그 모습을 들어내는 마을 풍경이 마치 유럽의 어느 마을 같은 이국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마을의 지붕이 전통적인 일본의 초가지붕이라 호기심에 구글 지도로 어디인지 찾아봤다.
사진 속에 작게 보이는 저 마을의 이름은 오우치주쿠 (大内宿)라는 곳인데
1603년 에도시대, 닛코와 아이즈와카마츠를 이어주는 길목에 위치한 슈쿠바 (여행객이 머무는 여관이 있는 마을)로
에도시대의 전통가옥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어서 지금은 관광객들이 옛 모습을 보러 찾아온다고 한다.
"오오~ 그런 곳이 있었군, 한번 보러 가보자 애마 음란이 출동!~"
계획에도 없었고 생각지도 못했던 오우치주쿠 마을이 바로 근처에 있었다니...
역시 여행의 묘미는 이런 것인 듯.
오우치주쿠 (大内宿) 마을로 가려면 유료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마을로 걸어가야 하지만
일본의 명절인 오봉 기간이라 그런지 유료주차장이 만차였다.
유도원 할아버지의 안내에 따라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소바집에 차를 주차했다.
지도상으론 사진 속 오솔길을 따라 한참 걸어가야 마을에 도착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의외로 금방 마을에 도착했다.
유료 주차장이 만차인 덕분에 주차료를 내지 않은 데다 덤으로 멋진 숲길을 걸어 마을에 도착했으니 꿩 먹고 알 먹고인 셈인가 ㅎㅎ;
옛 에도시대의 여행자들이 머물렀던 여관 마을인 오우치주쿠에 도착했다.
평소 고요한 시골마을인데 일본의 추석인 오봉 기간이라 그런지 수많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오우치주쿠는 앞서 언급했지만 아이즈 와카마츠와 닛코를 이어주는 역참마을로
1635년 에도시대 도쿠가와 이에미쓰는 부케쇼핫토를 개정, 모든 다이묘들에게 산킨코타이 (참근교대)라는 제도를 의무화 시켰다.
(전에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어 자세한 설명은 생략;; 궁금하신 분들은 검색 고고싱~)
각 지방의 영주들이 매년 도쿄로 향했던 산킨코타이(참근교대) 제도에 인한 및 물자 수송의 거점으로 번영했고
그 흔적을 지금까지 보존하여 오늘날은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 어슬렁 걸어가고 있다.
고양이 뒤에 보이는 초가지붕이 텃밭이 여름방학 때면 항상 찾았던 시골 할머니 댁처럼 정겨운 느낌이다.
고양이가 왠지 무섭게 생겼어 ㅡㅡ;;
오우치주쿠 마을에 무궁화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어!! 움직였어 너님 술래~
일본 특유의 초가지붕 (카와부키)의 모습.
당시엔 기와지붕이 훨씬 비싸고 부유함의 의 상징이었겠지만 요즘은 이 초가지붕을 만드는 비용이 더 든다고 한다.
초가지붕은 한번 올리면 영원히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 20년에서 30년에 한 번씩 교체하는데
우리나라도 그렇겠지만 일본도 이 초가지붕을 올리는 장인의 수가 적어 고민이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켜야 할 문화유산으로 인식되어 지금도, 앞으로도 꾸준히 계승해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대단할 다름이다.
사실 오우치주쿠 마을은 그냥 초가집 몇 개 있는 작은 마을밖에 되지 않는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기념품 가게나 카페나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작은 음식점이 전부, 머~ 역참 마을이니깐 ^^:;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실망할 수 있고 멋진 곳이라고 보여질 수 있는데 판단은 자신의 몫이다.
기념품 가게에서 일본 전통 바람개비를 발견!
왠지 다른 기념품 가게에서도 팔고 있을 것 같아 몇 군데를 둘러봤는데 오직 한 곳의 가게에서만 이 바람개비가 있었다.
공장에서 뚝딱 찍어낸 것이 아닌 직접 정성스럽게 손으로 만든 수공예 품인데 가격도 의외로 저렴했다.
아마도 바람개비의 역할은 못하겠지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후~ 바람을 불어봤는데 의외로 작은 바람에도 쌩쌩 돌아간다.
이 일본 전통 바람개비를 꼭 사고 싶었지만 볼 수 없어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마침 잘 됐다.
큰 것과 작은 것 각 하나씩 구입했다.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이쁜 바람개비다.
오우치주쿠 마을의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하여 올라가 본다.
사진 속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잘못해서 발을 헛디디면 뒤로 넘어져 저승사자를 조우할것 같다.
진짜로 여기서 죽은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목숨을 부지하려면 저 난간을 꼭 붙잡고 절대로 장난치지 말고 올라가자.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작은 신사가 있고 신사의 오른쪽 작은 오솔길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된다.
탁 트인 전망대에서 에도시대의 모습이 간직된 역참 마을 오우치주쿠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만 생각해보면 각 지방 영주들의 재정을 합법적(?)으로 뺏어서 권력 강화를 막기 위한 방책으로 쇼군이 참근 교대제를 만들었는데
이 참근 교대제 덕분에 도쿄로 향하는 길이 정비되고 각 마을이 번성하게 되어 문화적, 경제적으로 최대의 호황을 누리게 되었다.
쇼군은 각 지방 영주들의 권력 집중을 막고자 만든 법이 덤으로 지역 경제까지 활성화시키는 낙수효과까지 만들어낸 셈이다.
지금 현재의 우리나라의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서민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여 경제의 선순환을 하고자 하는데
98년 IMF 사태 때 비정규직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고 달콤한 꿀맛을 맛봤으니 꿀단지를 뺏기고 싶지 않을 것이다.
좀 더 기발하고 강력한 정책을 세워 다시 판도라의 상자를 닫아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머리아픈 나라 걱정 이야기는 여행 중이니 이쯤에서 잊어버리고~
멋진 마을 풍경을 바라보며 있는데 갑자기 우르르 쾅쾅 천둥번개 소리가 들리더니 빗방울이 한두 방울 씩 떨어진다.
비가 쏟아지기 전에 오우치주쿠 마을을 떠나기로 하고 빠른 걸음으로 경보를 하다시피 주차장으로 향했다.
작은 시골 마을들을 스쳐 지나며 닛코 방향으로 달린다.
일본도 지형적인 영향을 받는지 지역에 따라 폭우가 쏟아지는 곳들이 있었다.
오늘 점심 무렵 닛코 키누가와 강에 있는 민숙을 예약했는데 거의 도착했을 땐 비가 많이 줄어들어 다행이었다.
기누가와의 민숙은 이용객이 적은 탓에 저녁 가이세키가 없는지라 닛코 시내에 있는 COCO라는 카레집에서 저녁을 때웠다.
니가타에서 닛코의 기누가와 온천 민숙까지 오늘의 운전을 끝냈다.
애마 음란이를 잘 주차해두고 민숙으로 체크인하러 이동~
이전의 내차로 일본여행도 그렇고 이번의 내차로 일본일주 여행에서도 이 기누가와의 민숙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가격도 저렴하고 온천도 딸려있고 해서 몇 번 이용하다 보니 주인장하고 안면이 튼 탓일까 자주 이용하게 된다.
확실히 현지인들만 가는 곳은 관광지하고 분위기가 또 다르다.
주인장 할아버지가 이번엔 큰 방을 내줬는데 체크인 시간에 맞게 미리 에어컨도 틀어져 있어서 쾌적했다.
다다미 12조의 방인데 왠지 혼자 있기엔 과분할 정도로 넓은 방이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대충 찍어도 충분한 화각이 나올 정도다.
tv 뒤로 주인장 내외가 취미로 키우는 앵무새가 7마리 정도 있는 새장이 있어 이따금 짹짹거리는 새소리가 들려온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기누가와강의 풍경과 새소리가 나름 운치가 있어 보이지만 비가 와서 그런가 밤에는 조금 무섭게 들렸다.
오자마자 유카타로 갈아입고 온천에 들어앉아 오늘의 피로를 풀었다.
그러고 보니 훗카이도에서 지금까지 차박만 했구나.. 정말 오랜만에 숙소에서 묵어보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