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차보험료와 직결된 ‘차량모델등급평가’ 강제하기 어려워…'왜?'

관리I임팔라 2018-06-24 16:19 조회 396

외산차 모델등급. 사진=보험개발원

[매일일보 박한나 기자] 수입차 소비자들이 국산차에 비해 높은 자차보험료를 내는 상황에서 수입차도 국산차와 마찬가지로 국내 시판 전에 차량모델등급평가를 적극적으로 받아 보험료 산정이 끝난 후 판매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차량모델등급평가는 하나의 관행처럼 정착해 운영되고 있어 자동차 제작사에 강제성을 부여하기는 힘든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8년 국산차 모델등급은 평균 16등급이고 수입차의 모델등급은 평균 6등급으로 나타났다. 총 26개 등급으로 분류되는 차량모델등급평가는 1등급부터 5등급의 경우 등급 간 자차보험료가 10%씩 차이가 나고 6등급부터 26등급은 등급 간 자차보험료가 5% 정도 차이가 났다. 

보험개발원은 차량모델별로 RCAR 기준 저속충돌시험(15km/h)를 통해 손상특성을 분석하고 신차의 구조, 주요 부품 구성 등을 확인해 차량별 위험도 차이가 보험료에 합리적으로 반영되도록 차량모델등급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RCAR 저속충돌시험은 우리나라 시내 도로에서의 주행과 같이 중저속에서 주로 발생하는 사고 유형을 시험, 신차의 손상성과 수리성을 평가한다. 등급이 26등급에 가까울수록 손상성‧수리성이 우수함을 의미해 자차보험료도 낮아진다. 

모델등급을 살펴보면 수입차는 △GM의 쉐보레 중형 SUV 이쿼녹스(6등급) △FORD Explorer(1등급) △AUDI Q5(5등급) 등 차량모델등급이 평균적으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국산차 모델등급은 △현대차 산타페(21등급) △기아 올뉴쏘렌토(19등급) △르노삼성 QM6(18등급)등으로 비교적 높은 등급을 받았다. 

예를 들어 올해 첫 신차인 GM 이쿼녹스와 국산경쟁차인 현대차 산타페를 자차보험료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이쿼녹스(6등급)와 산타페(21등급)는 15등급 차이가 나기 때문에 약 75% 자차보험료의 차이가 발생한다.  특히 보험료 산정의 안정성을 위해 올해 6등급을 받은 차량이 내년에 21등급을 받을 수 없도록 매년 최대 2등급 내에서 등급 조정 한도가 정해져 있다.

이는 수입차도 시판 전에 보험개발원의 차량등급평가를 받도록 제도적 정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우리나라 자동차사고 연간 평균 500만건 중 90%가 중저속에서 발생하는 사고임을 고려해 해외 도로 상황에 맞춰 제작되는 수입차의 경우 저속충돌시험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보험개발원의 차량등급평가는 법 규정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제작사와 보험업계가 신뢰를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자동차 안전 기준에 관한 법은 제정돼 있지만 자동차 수리비 관련한 법은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보험개발원은 자동차 제작사가 자동차 수리비를 낮추도록 유도해 궁극적으로 보험소비자의 보험료가 낮아지도록 2008년부터 하나의 관행처럼 정착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수입차도 국산차처럼 관행적으로 저속충돌시험을 받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지만 세계 어디에서 수리비 관련 법은 없어 강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수입차의 경우 차 한 대당 5000만원이 넘고 그 차를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여오는 비행기 물류비도 찻값만큼 들기 때문에 일부 해외 자동차 제작사들은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팀을 해외로 초청해 평가하도록 하는 등 최근에는 해외차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평가에 임하는 추세”라고 말했다.